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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5

김은아·심승규 부부가 ‘아름답게 차리는’ 공간

FALL/WINTER EDITION

가랑비가 흩뿌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어느 가을날의 오후, ‘김은아의 부엌 by 차리다’ 스튜디오를 찾았다.

한남동의 스튜디오를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호젓하게 놓인 둥그런 가마솥이었다.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벽 한 켠에는 괜히 한번 쓸어보고 싶은 짚으로 만든 빗자루가 놓여있었다. 스튜디오 내부를 둘러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 어렴풋한 할머니 부엌의 기억이 떠올랐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복고의 느낌이다. 

 

“이곳은 작업공간이기보다는 제 개인 공간이에요. 내부 느낌이 한국적이지요?”

 

차리다 김은아 대표가 따듯한 차 한잔을 내밀며 말을 건네 왔다. 합정과 한남동에 각각 자리한 다른 차리다 스튜디오와 달리, 이곳은 김은아 씨가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지인들과 휴식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이름도 ‘차리다 스튜디오’가 아닌, ‘김은아의 부엌 by 차리다’이다. 김 대표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자신만의 공간을 ‘향수를 자극하지만 올드하지 않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 우선 한옥 창틀 업체에 의뢰해 유리창을 만들었다, 가마솥의 높이는 아일랜드식 주방보다 낮게 내렸고 휴식공간인 방 안에 평상을 넣었다.

 

그다음, 부부는 “인생을 아름답게 차리다”라는 자신들의 모토처럼, 삶을 채워 나가듯이 빈 공간을 하나하나 함께 작업하고 여행하며 모은 공예품들로 채워나갔다.

 

“여기에는 완전히 한국적인 것만 있지는 않아요. 핸드드리퍼, 찻잔도 있고 한식기들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모던한 한식기이예요. 방에 있는 족자는 오이뮤(OIMU) 제품으로,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그림이 그려져 있죠. 대부분 한국적인 느낌을 베이스로 다양한 것들이 섞인 것들이에요.”

 

특히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걸맞게, 방마다 벽 한 칸을 채우는 크기의 식기장이 놓여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그릇을 사 모았어요. 하지만 비싸고 예쁜 그릇은 모으기만 했지, 쓴 적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야식으로 먹을 배달 치킨을 로열코펜하겐 케이크 스탠드에 담아왔어요. 덴마크 여행에서 구매한 이후로 한번도 쓰지 않은 그릇을요.” 그때 깨달음을 얻은 김 대표는 그때 이후로는 비싼 제품도 개의치 않고 사용한다고 한다.

 

남편 심승규 디렉터는 처음에 아내가 값비싼 그릇을 사는 것을 이해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함께 일하게 되면서, 공예품만의 아름다움과 사용하는 느낌을 깨닫게 됐어요. 기성품은 한동안은 잘 쓰지만, 쉽게 버리게 되는 데 반해 공예품은 살 때는 비싸더라도 평생을 두고 애장할 수 있습니다. 다른 촬영 스튜디오 제품들은 기성품부터 다양한 제품들이 있지만, 여기에 있는 그릇들은 대부분 실제로 사용하고 저희가 정말 좋아하고 곁에 두고 쓰고 싶은 공예품들만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에서 가장 아끼는 그릇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나무 수저 2짝을 꺼내왔다.

 

“이 수저는 최성우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은평구 한옥마을의 한 레스토랑에 갔었는데, 한 사람당 소반 하나에 음식이 나왔습니다. 소반 위에 최성우 작가님의 커틀러리가 나왔는데 숟가락의 면이 얇은 느낌이 좋았어요. 직접 사용하고는 마음에 쏙 들어서 레스토랑의 전시장에서 구매했어요. 집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그릇은 도자기를 쓰면서 만족했는데, 수저가 늘 아쉬웠거든요. 이제 테이블이 완성된 느낌이 든달까요? 밥 먹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수저 세트에 이어 김 대표가 가지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밥공기였다.

 

“우연히 제주도에서 공방하시는 분의 플레이트를 보고 반해 그분의 공방에 찾아가, 제품 개발과 협업 제안을 했습니다. 1년 동안 미팅을 하고 샘플까지 제작했지만, 생산적인 문제로 결국 제품 출시는 못 했지요. 그때 만든 샘플들은 전량 저희가 매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리미티드에디션이라, 다른 푸드스타일리스트분들이 항상 어디 제품이냐고 물어보세요(웃음)”

 

김 대표는 푸드스타일링 뿐만 아니라, 음식에 맞는 식기 개발에 한동안 힘썼다. 여러 작가와 협업하며 독자적인 제품 라인을 구성하여 ‘차리다 서울’이라는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제품 라인 개발은 잠시 쉬는 중이라는 김 대표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다.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공예 작가님들과의 협업은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할 젊고 유망한 신진작가분들을 항상 찾아다니고 있어요. 작가분들이 저희 ‘차리다’와 함께 커나갈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는 다시 시작할 겁니다.”

 

 

WORDS : 최유미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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