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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6

“숫자로만 세상을 보다, 손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알게됐죠.”

SPRING SUMMER EDITION

목금토식탁 이선용 대표 인터뷰 


“얘는 레몬나무예요. 잘 자라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잎사귀들이 말라서 후드득 떨어지더라구요. 알고보니, 레몬나무의 천적인 벌레가 생긴 거였어요.” 어느 휴일 오전 찾은 합정동 목금토식탁에서 만난 이선용 대표가 키친 한켠에 놓인 레몬나무를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간신히 나무를 살리고 요즘은 매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이제는 꽃이 피려고 하네요”

 

월가의 증권 애널리스트와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쉐프. 공통분모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두 직업은, 목금토식탁 이 대표의 전 직업이자 현재 직업이다.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어요. 첫 직장으로 외국계 증권사에 입사하게 됐죠. 그리고 증권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MBA학위가 필요했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지요.”

 

미국 뉴욕대학(NYU)에서 MBA를 마친 그녀는, 곧바로 월가의 대형 증권사인 메릴리치의 채권,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높은 연봉을 받긴 했지만, 저는 그 일이 재미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시작한 취미가 바로 요리였어요.”

 

원데이 쿠킹 클래스부터 차근차근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 그녀는 이내 소호의 10개월 과정의 요리학교 야간반에 등록한다. 그리고 개근에 이어 1등으로 졸업했다. “손재주 좋은 한국인이잖아요. 게다가 한국식 교육 스타일인 암기력까지 더해져, 어쩌다보니 수석으로 졸업하게 됐어요.”

 

졸업 후 그는 곧장 미쉘링 2스타 레스토랑에 취직했다. “거기에서 열정을 쏟아붓는 쉐프를 만나게 되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곳의 주방은 완벽주의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주방은 너무나 정직한 곳이었어요. 이전 직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게으름 피우면서도 일하는 척할 수 있었고, 실수해도 크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식당은, 주방은 다르더라고요. 게으름 피우면 바로 보이고, 제가 실수하면 바로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죠. 주방은 증권사보다 오히려 더 요령을 피울 수 없는 곳이였어요.”

 

이 대표는 이후 워싱턴으로 이사가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주방 대신 홀서비스 일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쌓았다. 그렇게 주방과 홀에서 경력을 쌓고 나서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가 뭘 해야 할까? 하고 고민이 깊었어요. 마치 사춘기를 겪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시작한 게 바로 도자기예요. 흙을 만지고, 주무르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그러다,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걸 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었을 때, 친구들끼리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술과 함께 저녁을 즐기던, 즐겁고 유쾌했던 그 식탁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앉아, 와인 한잔하며 음식을 나누는 그 식탁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목금토식탁이다.

 

“일주일 중에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체험형 다이닝을 운영해요. 그래서 '목금토 식탁'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6명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배우고, 나눠먹습니다. 목요일 금요일엔 저녁 식사를, 토요일에는 베이킹을 해요.”

 

목금토 식탁은 요리 초보자도 얼마든지 와서 즐길 수 있다. 요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게 아니라, 중간 과정에 참여하는 식이다. 비록 그 시간은 10분 내외지만,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이 기계와 컴퓨터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만큼 강렬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목금토 식탁의 정원은 6명이다. 그리고 이 6명은 항상 새로운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친구들끼리 신청하거나, 서로 전혀 모르는 조합이 구성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한국 정서상 타인끼리 테이블에 모이게 되면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다. 그래도 식사가 끝나갈 때에는 신기하게도 다 함께 웃고 즐기게 된단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그릇으로 세팅을 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다. 플레이팅된 그릇들은 모두 다 이 대표가 직접 만든 도자기들이다.

 

“제가 비록 도자기를 배운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자기를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매끄러운 도자기만 예뻐 보였거든요. 지금은 좌우 대칭이 살짝 다른 모양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구요.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 수 있는 자연스러움 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목금토에만 식당을 열면, 다른 요일에는 무엇을 할까. “주로 메뉴 구상을 해요. 재료 준비도 하죠. 장소 대관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주일 중에 2일은 일 생각 없이 쉬려고 해요.”

 

월가의 높은 연봉을 버리고 한국으로 와 홀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그녀. 인제 비로소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행복에 관해 물었다.

 

“물질이 주는 즐거움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정말 다채로운 것 같아요. 그걸 찾게 됐다는 데 정말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행복을 찾으려면, 항상 내가 뭘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WORDS : 최유미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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