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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5

‘1년의 기다림’ 강갑석 한지 명장

FALL/WINTER EDITION

깨끗한 물과 좋은 나무로 생산되며 예로부터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우리나라 전통 한지. 한지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용도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을 제작하거나 공예 재료로 예술을 표현하는 데에도 활용되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진상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한지 생산지 중 특히 전주는 수질이 뛰어나고 닥나무 생산량이 높아 최고의 한지 제조 기술자들이 모인 곳이었다. 한지 사용이 급격히 줄어든 오늘날에도 옛 명성을 유지하며 전통을 지키는 장인들이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나본 강갑석 전주 한지명장 및 전주전통한지원 대표가 그 중 한 명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박물관과 체험관,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 마을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전주전통한지원은 전통 한지제조 기법이 오롯이 재현되는 곳이다. 한 켠에 겹겹이 쌓여있는 영롱한 빛을 내뿜는 염색 화선지와 더불어 황토벽지용 한지, 참숯한지, 공예용 한지 등이 생산돼 대부분 일본에 수출된다.

 

이제는 전주의 10여 곳밖에 남지 않은 한지 제작소에서 전통의 명맥을 이어간지 어느덧 40여 년. “당시 23살에 우연찮게 한지 가게에 발을 디뎠던게 시작이었죠. 먹고 살기 위해서 공장에서 한지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왔네요 여기서 일한지는 이제 16년째고요. 전에는 공예인들도 많이 모여들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서 이제 오늘날의 전주한옥마을이 된겁니다.”

 

그때와 지금, 우리나라 한지 산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우리 한지가 90년대 초까지만해도 수출 효자 품목이었죠. 국내 한지 쓰임새도 사용처도 많았고요. 과거에는 서예 학원도 많아서 한지가 많이 쓰였지요. 유리문화가 없을 때 거의다 문, 창문에 창호지라고해서 한지 쓰임이 높았습니다. 현재는 공예쪽으로 수요가 있긴 하지만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벽지쪽으로도 한지가 쓰일 수 있도록 개발중입니다.”

 

한지 수요가 줄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수입 한지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질보다 단가가 우선인 현실 속에서도 강 대표가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 번을 만져야 한 장이 나온 게 한지입니다. 자연 그대로 닥나무와 물만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섬유질이 길다보니까 질기고 보존성이 있고 기공이 있어서 숨을 쉬는 종이입니다. 그래서 천년 간다는 옛말이 있는 것이지요. 기계로 생산을 대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중국산 기계 한지는 무늬만 한지인 가짜이지요.”

 

강 대표의 설명 만큼이나 기자가 직접 본 한지 제작 과정은 정성으로 가득했다. 우선 핵심 재료인 닥나무는 강 대표가 직접 키운 닥나무의 성장을 1년 가까이 기다려 12월~2월 사이에 색출한 것이다. 이후 솥에다 삶아 수피를 벗겨내고 다시 겉껍질을 벗겨내면 백피가 된다. 이 과정을 닥무지라 부른다.

 

백피를 삶고 다시 흐르는 물로 잿물기를 씻어낸 후 햇빛에 말려 표백시킨 뒤 표피, 티꺼리 등의 잡티를 하나하나 손으로 골라낸다. 한지 제조 공정 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평평한 곳에 1~2시간 정도 방망이로 두들겨 준 후 원료를 종이 뜨는 지통에 넣어 닥풀즙과 함께 막대기로 잘 저어준다. 이후 종이 뜨는 발에 넣고 좌우로 흔들어 종이를 떠내고 물을 빼고 말리면 한지가 탄생된다.

 

“한 평생 한지만 만들다보니 한지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어요. 한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지로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 인화지, 상장 용지, 한지 수의도 개발 중입니다. 외부 사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전통 문화를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WORDS : 박세환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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