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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6

“공예, 가장 한국적인 장르로 인정받게 될 날이 오겠죠.”

SPRING SUMMER EDITION

‘1세대 갤러리’ 백해영갤러리 대표의 새로운 도전


마치 수십 겹의 커팅된 종이조각이 겉면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유려한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옆선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조그맣게 주둥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있다. 그리고 이내 이것은 종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자기다…”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물레로 만들어낸 백자의 표면에 바늘을 이용하여 섬세한 문양의 조각. 바로 백해영 갤러리 소속 작가인 이종민 작가의 작품이다. 갤러리 내부중앙에 전시된 백자의 문양은 흡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잔잔한 파도, 또는 흐르는 강물의 형태를 띤 듯했다. 그때 백해영 대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자 본 적 있어요?”

 

백해영 갤러리는 갤러리와 미술관이 대거 집결한 한남·이태원 지역의 ‘한남 아트 벨트’에서도 ‘1세대 갤러리’로 불린다. 지난 1988년 이태원 자택을 개조한 컨템퍼러리아트 갤러리가 그 시작이었다. 그 뒤로 삼성미술관 ‘리움’과 세계적인 화랑인 페이스갤러리까지 이곳에 모여들었다.

 

“이제는 공예 장인들이 현대미술 조각 장르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 조선 달항아리는 해외 아트 컬렉터, 미술관, 호텔, 기업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이종민 작가의 달항아리 제작 기법도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합니다. 1년에 5점 이상 안 나와서 우리 갤러리에만 전시하겠다는 조건을 붙일 정도로 희귀품이죠.”

 

실제로 백 대표는 한국의 공예 작가를 발굴해 해외시장에 소개하는 데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백 대표와 공예의 인연은 과거 뉴욕대(NYU) 음대 피아노 연주자 과정을 밟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서 미술의 세계에 빠져 미술관 설립을 목표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뉴욕에 있을 당시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정작 컬렉션은 공예 쪽으로 많이 했었어요. 현대미술과 공예의 융합은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죠. 요즘에야 해외에서는 이미 공예를 컨템퍼러리 아트 분야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두 장르가 엄격히 구별돼요. 아직도 공예는 생활공예 분야에만 국한돼 있죠.”

 

한국 공예품이 세계 아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본 것은 갤러리 소속 박서희 도예가였다. 백 대표는 그를 조각 분야로 소개해 외국 바이어와 컬렉터의 눈을 사로잡았다. 2017년 스위스 바젤의 TRESOR 아트페어에서 박 작가의 작품 14점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즈 스페셜리스트에게 판매됐다. 지난해 12월 아트마이애미에서 이상민(유리), 이종민(도예), 박성욱(도예), 신호윤(종이) 작가의 작품이 많은 판매 성과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박홍구 목공예 작가의 작품 6점이 프랑스 로에베아트파운데이션에 팔렸다.

 

“요즘 해외 미술시장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는 공예입니다. 이쪽에서도 ‘한류’ 돌풍이 불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가장 한국적인 장르이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국내 브랜드 인지도도 낮고 해외 진출 노력 자체가 적었는 데 이제는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좋은 신진 공예작가들이 발굴되고 있습니다. 덩달아 해외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죠.”

 

백 대표의 향후 계획은 신진작가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수출하기 위해 자연스레 해외 방문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백 대표이지만, 국내 대중과의 소통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갤러리 공간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에요. 그것은 꼭 멋있어 보이는 것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트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일 수도 있죠. 아트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죠(웃음).”

 

 

WORDS : 최유미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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