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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7

엔지니어링, 예술에 숨을 불어넣다 - 아티스트 정원석

SUMMER/FALL EDITION

키네틱 아트. 동역학의 의미를 지닌 kinetic과 Art가 결합한 키네틱 아트는, 말 그대로 동적인 요소로 표현되는 예술작품이다.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 등 여러 패션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널리 알려진 정원석 작가는 최근 5월 성수동 갤러리 스페이스 오매에서 키네틱 아트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개인전 ‘The Origin’을 열었다. 정원석 작가는 한국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RCA(Royal College of Art)에서 Design Product을 전공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다른 듯 닿아있는 이 두 가지의 영역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정원석 작가를 그의 성수동 작업실에서 만나보았다. 

크라프츠: 한국에서 로봇공학을 공부했고, 영국에서는 제품디자인을 전공하셨어요. ART & DESIGN 쪽으로의 급작스러운 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원석: 로봇공학은, 사실 얇고 넓게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학부와 석사 정도의 수준에서는 다양한 방면을 훑는 정도의 공부였던 것 같아요. 어쨌건, 덕분에 자동차, 의학, 비행기 등등 원하는 영역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쌓았던 것 같습니다.
ART & DESIGN 쪽으로 방향을 틀 게 된 이유는,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때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한 자동차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업무를 해보니, 이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정밀한 기계일수록, 엔지니어는 좁고 깊게 일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게 싫었던 것 같아요. 부분적인 것 대신, 전체적인 것을 디렉팅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디자인이었어요. 그래서 당시 부전공이었던 디자인과 교수님께,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추천해달라고 졸랐어요. 제 스스로에게 자극이될 수 있는, 내가 못 들어갈 만한 학교로요. 그게 RCA였어요. (웃음)
 
크라프츠: 포트폴리오도 없는 공대생이 어떻게 RCA에 들어가게 된 거죠?
정원석: 당연히 첫 지원에서는 떨어졌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영국에서 지냈어요. 다음 해 지원을 위해 RCA 주변에서 지내면서, 알음알음 소개받은 졸업반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도와줬어요. 제가 엔지니어인 만큼, 테크니컬한 부분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도와주고 나니, 그들의 작품이 한편으로는 저의 포트폴리오가 되었어요. 두 번째 응시에서는 당당하게 저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줬어요. “봐라, 이렇게 너희 졸업생들의 작품을 만드는데 내가 이렇게 도움을 주었다. 내가 너희 학교 학생이 되지 못할 이유는 뭐가 있냐.” 결과는, 합격이었어요.
 
크라프츠: 첫 작품인 새(bird)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정원석: RCA에는 입학했지만, 엔지니어였던 저에게 갑자기 디자인적인 감각이 생겨날 리는 없었어요. 그래서 첫 일 년은 무척 고생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었을 때, 첫 튜터링 교수님이 어느 날 저를 도서관으로 부르셨어요. 갑자기 책을 막 꺼내서 바닥에 쫙 까시더니, “이게 네가 하고 싶은 거니?” 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게 레베카 혼(Rebecca Horn)의 작품이었어요. 날개가 펼쳐지고, 잉크가 뿌려지는 등 키네틱 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자신의 이념을 표현하는 작업이었죠. 그리고 그게 정확히 제가 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제가 그렇게 갈구하면서도 어떤 것인지 몰랐던 것을, 교수님은 단번에 파악하고 제시해줬던 거였어요. 그 이후로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만들어진 오브제가, ‘새(bird)’입니다. 처음 새를 만들 때, 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러이러한 개념을 오브제 화하고 싶다 라고 했을 때, “그럼 디자인은 어떻게 할 거야?” 라는 물음을 받았어요. 날갯짓과 스토리텔링이 아트라면, 그걸 구현해내는 것이 디자인이었죠. 내가 생각한 것을 실현하게끔 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디자인’이었어요.
 
크라프츠: 최근 개인전 ‘The origin’에서 선보이신 연필깎이로 표현된 시계, 돌아가는 벨트로 만들어진 시계 또한 많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계’라는 개념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원석: 시간을 딱히 공상적인, 관념적인 부분으로 설명하려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시계를 다양한 물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연필 한 자루가 다 깎여나가는 시간을 한 달로 두는 거죠. 한 다스가 다 깎여나가면 1년이 되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계는, 다시 돌고 도는 형태의 시계라면 제가 풀어나가는 시계는 저만의 방식, 비가역적인 동적 형태로 표현했어요.
 
크라프츠: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정원석: 지금은 아티스트로서 작품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이제는 심플하고 간단한 기술로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부분, 테크니컬한 부분은 할만한 건 거의 다 해봤어요. 이전 제 작품 ‘새’만 하더라도, 부품이 200개가 넘어요. 다 제가 직접 만드는 부품들이고, 하나하나 도를 닦는 기분으로 만들었죠(웃음). 이제는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듯이, 패션계와는 지속해서 협업을 하고 싶어요. 여러 브랜드 중 COS는 꼭 같이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입니다.

WORDS : 최유미 에디터

PHOTOS : 정원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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