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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6

인도차이나반도, 공예로 물들다

SPRING SUMMER EDITION

전시장 안에서 가장 강한 조명은 십자수 판 앞에 설치된 백열등이었다. 그 아래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세 명의 여성들은 십자수 판에 몰두하고 있다.


여성들이 작업하는 십자수 판에는 꽃과 새, 사람과 자연이 얽힌 풍경이 담겨있다. 뒤로는 전시장이 펼쳐진다. 이들이 직접 작업한 십자수 작품들, 수상 실적을 담은 사진들이 다수 진열돼 있다.

 

적막이 이어지던 전시장 안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손에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은 여성들의 십자수 판 앞에서 셔터를 눌렀다. 작품들 앞에서는 관광객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최근 방문한 베트남 중부 도시 달랏(DA LAT)의 XQ자수박물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다. XQ자수박물관은 시내 중심부 전시관과 시외곽의 마을(VILLAGE)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곳 모두 박물관 소속인 여성들이 십자수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박물관에서 예술가는 십자수 작품과 함께 관광상품이 된다.

 

최근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은 수공예 산업 육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인도차이나 지역이 서구권에서 선호하는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에 큰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수공예 산업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1990년대 초 개혁개방 정책 이후 우수 지역공예작품 선발대회 등의 개최를 시작으로, 베트남 정부는 매해 장인을 선발해 국가공인 장인증서를 수여하고 우수한 공예품을 만들고 기술을 장려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베트남 소수민족 랑싸(LÀNG XÃ, 베트남어로 마을이란 뜻)에서 빈곤을 해소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수공예산업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수공예산업 진흥 정책으로 2005년 1500여개였던 수공예 마을은 2015년 2000여개까지 늘어났다.

 

소수민족이라지만 이들이 베트남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근래까지 소수민족의 거주지는 대부분이 농사와 상업이 발달하기 힘든 오지에 위치해왔다. 하지만 수공예 기술을 선보이고 홍보만 잘되면 랑싸 거주민들도 수공예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수공예 산업을 권장하는 국가 정책은 베트남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들이 베트남 수공예품에 열광하며, 관광객 객단가도 증가했다. 2017년 베트남 통계국의 집계에 따르면 관광객 1명이 하루 동안 사용한 돈은 14.5 미국 달러였다. 2013년 12.7달러에서 14.2% 증가한 액수였다.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억3000만 명에 달했다. 2015년에는 1억22만 명, 2014년에는 9057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한다.

 

덕분에 베트남 현지 박물관에서 공예품은 ‘인기 전시품’ 지위를 누리게 된 지 오래다. 도시에서도 ‘공예박물관’을 표방하는 전시관이 늘고 있다. 달랏에도 XQ 자수박물관 외 다양한 곳에서 이런 공예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베트남 마지막 왕인 바오다이의 별장에는 직접 자수를 놓은 카페트와 다양한 도자기들이 진열돼 있다. 달랏 근교에 위치한 린푸옥 사원은 1990년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는데, 맥주병과 도자기 파편으로 지어진 장소로 유명하다.

 

국제 원조단체 차원에서는 이런 베트남 수공예 발전에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 수공예 산업이 ‘상업중심적’으로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는 공예품만이 각광을 받고, 자연스레 마을에서 내려온 전통의 원료나 전통의 공예 방식보다는 물건을 빨리 만들 수 있는 쉬운 공예방식만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광지로 개발된 마을들은 이전의 농촌마을에서 관광지로 변하며,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아시아권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시드도 이중 하나다. 이 단체는 “지역 정부와 중앙 정부, 관광 회사, 대학 및 기타 이해 관계자를 포함한 관광기관 관계자들의 연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관광자원의 부적절한 개발은 되레 수공예로 인한 수익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WORDS : 김성우 객원기자

PHOTOS : 김성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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