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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5

조선 가구를 재해석하다, 목공예가 권원덕

FALL/WINTER EDITION

목공예가 권원덕의 작업장에는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낡은 연장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목수라는 호칭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그의 작업실 ‘농방’은 전북 익산에 자리 잡고 있다. 작업실 내부는 그의 손때 묻은 도구 만큼이나 소박하고 따스한 목가구들로 가득했다. 중앙에 전시된 먹감나무 누비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과 면이 기교 없이 미니멀한 형태로, 있는 듯 없는 듯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직접 앉아보니 누비의 포근함이 좋았다. 

 

“옛 가구의 형태나 구조를 보면 당시 제작자의 의도와 생각, 소비자들의 생각까지도 살펴볼 수 있어요. 가구에 모두 담겨있죠. 저는 현세에 살면서 후대에 지금의 전통이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방탁자를 모티브로 한 의자이지만 좀 더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나무로만 제작하지 않은 누비 의자가 한 예입니다. 기존 나무를 이용하면서도 앉았을 때 편안한 소재인 누비를 적용해 현대 소비자에 더 적합한 형태가 된 것입니다.”

 

올해 13년 차 나무를 만지고 있다는 권 작가는 매일 아침 일찍 작업실에 나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날 작업 계획을 머릿속에 정리한다. 원래는 개인 작업만 진행하는 공간이지만 수업도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수업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수강생들이 많아 건너편 건물에 회원들이 쓰는 공방도 따로 마련했다. 

 

“나무는 그런 재미가 있어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활용해 만든 목가구는 공간에 따라 갈라진 모습 하나하나 가치를 발휘합니다.”

 

실제로 권 작가는 모든 목가구의 형태를 쓰이는 나무를 보고 결정한다. 어떤 가구 하나 똑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 틀어지고 갈라진 모양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목가구의 멋이다.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모습이 정제되는 나무도 있다. 느티나무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나무의 물성이 좋았다는 권 작가. 시골이다 보니 예전부터 늘 산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주변에는 항상 나무가 있었고 심심하면 나무껍질을 벗겨 장난감을 만들었다. 대학교에서는 반도체를 전공한 까닭에 2007년 졸업하자마자 관련 업계에서 일을 배웠지만, 차갑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반도체의 물성이 맞지 않아 오래되지 않아 일을 관두게 됐다. 

 

그 무렵, 권 작가는 집 근처 공방에서 우연히 소목장 조석진 장인을 만났다. 그때부터 공방을 드나들며 청소를 하고 나무를 나르면서 틈틈이 조선 목가구의 응축된 디자인과 정밀한 제작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수받은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권 작가는 이후 조선 가구를 재해석해 현대 생활양식을 반영하기 위해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나무의 자유로운 현대적 표현을 배웠다.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울 당시,전통 가구와 아트퍼니쳐가 풍기는 한국적인 냄새가 정말 비슷해서 놀랐어요. 꼭 형태만을 전통으로 고집해야 전통인지, 그걸 잘 해석해서 현대적인 가구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고민 끝에 충분히 전통적인 요소를 담으면서도 현대적인 목가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 고민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권 작가가 새롭게 해석한 사방탁자다. 사각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형태와 크기에 변화를 준다.서책과 화병 등을 올려놓았던 과거 용도에서 벗어나 공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될 수 있게끔 디자인을 바꾸기도 한단다.  

 

“과거에는 없던 형태의 가구가 많이 생기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구의 기존 용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조선 가구의 소박하면서 정제된 디자인 특징을 살리면서도 요소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이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업이라도 생각합니다.”

 

권 작가는 조선 목가구의 현대화에 힘쓴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문화재청 산하 비영리단체인 재단법인 예올의 ‘2017 젊은 공예인’에 선정됐다.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가구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만큼, 권 작가의 가구에 쓰이는 나무 종류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나무마다 특성과 쓰임이 다 달라 버릴 게 없습니다. 나무에 따라 가볍거나 무늬가 좋거나 단단한 특성이 있는데 그것에 맞게 가구 부분 부분에 배치합니다. 뼈대는 튼튼해야 하니 단단하고 견고한 나무를 사용하는 반면, 안쪽에 보이지않고 공간만 채워야 하는 역할은 가볍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나무를 씁니다. 옷, 책을보관하기 위한 가구에는 습도 조절에 용이한 나무를 쓰죠. 비슷한 형태의 나무라도 색감이 달라 결과물에 맞는 적합한 나무를 골라 씁니다. 결과적으로 한 가구에 쓰이는 나무 종류는 10가지가 넘는 이유입니다.”

 

 

WORDS : 박세환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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