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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5

새로운 ‘창조’를 위한 시작, 예올

FALL/WINTER EDITION

“우리말 ‘예’는 ‘예쁘다’와 ‘오래전’이란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올’은 실이나 줄의 가닥이란 의미로‘올곧다’와 ‘올바르다’라는 쓰임새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올’은 우리나라 훌륭한 고전의 문화를 오늘에도 올바르게 이어가고 세계에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태어난 재단입니다.” 


서울 북촌의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재단법인 예올은 그 의미를 반영하듯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곳이었다. 

 

최근 새롭게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예올 북촌가’는 우리나라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다. 기자가방문했을 때에는 예올이 선정한 ‘올해의 장인’ 주물장 김종훈의 무쇠 가마솥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 유리공예가 양유완의 유리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화이트 톤의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전시관을 지나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 곳은 예올의 자그마한 전통 한옥 전시관. 화원이 조성된 마당 맞은편 다실에 앉아 낮은 뷰로 주위를 둘러보니 눈으로, 냄새로 자연스럽게 예올의 전체적인 풍경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전통’이라는 무거운 주제 앞에서도 소박함이 느껴져 좋았다. 

 

한옥 다실에서 만난 이상철 예올 프로젝트 디렉터는 “북촌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나누고 보여드리기 위해 기존 한옥 앞의 건물을 예올 북촌가로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옥 공간이 예올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예올 북촌가는 새로운 전시가 지속해서 열리는, 예올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미래의 공간인 셈입니다.” 

 

한옥 전시관은 주로 예올 직원들이 중요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이용되지만 일반 시민들도 들어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매해 전시 공예품을 선정하는 큐레이팅 업무에서부터 한옥 설계를담당했던 이 디렉터에게 예올의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맞벌이 현대인이 주로 식사를 외부 식당에서 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제대로 된 반상 문화가 조성되기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간단히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더라도 그 순간만큼 한국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의 한 예시로 만든 곳이 이곳 한옥 전시관입니다.”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인간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그렇다면 그 음식만큼이나 그것을 담기 위해 만든 그릇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물을 마시려면 물잔이,그 물잔을 올려놓으려면 상이 필요하다. 음식에서 시작했지만 전체 공간의 모습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실제로, 차를 마시며 둘러본 다실에는 찻잔뿐만 아니라 곳곳에 공예품들이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옛것’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목공예가 권원덕 선생이 만든 감나무 테이블과 벽 한켠에 놓여있는 느티나무 선반 모두 현대 주거 공간 어디에 놓아도 멋스러워 보일 것 같았다. 

 

“한옥 전시관과 이번에 개관한 북촌가 두 공간의 공통점은 ‘현대적’이라는 것입니다. 가구부터 소품, 휴지통, 방 전등 스위치부터 누가 봐도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는 공예품뿐입니다. 아름다움을 직접체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입니다. 즉, 한옥 공간 내에서 현대적인 쓰임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의 공예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디렉터가 생각하는 ‘좋은’ 공예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공예라는 것이 실제로 필요에 의해 탄생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쓰임새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에 와서 다양한 소재와 기술로 아트나 오브제 특징이 두드러지는 공예품이 많지만 그만큼 실용적인 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얼마든지 실용적인 공예품이 탄생할수 있습니다. 예올이 평생 우리 전통의 기술로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과 젊은 작가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는 이유입니다. 그 기술을 전수해 앞으로도 현대 쓰임새와 맞는 공예품이 계속 개발되게끔 하기 위해서입니다.”

 

 

WORDS : 박세환

PHOTOS : 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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